슈퍼 마리오 갤럭시 (팬서비스, 스토리, 액션)

 

마리오 영화를 기대했는데 극장을 나오면서 왠지 모르게 허전했다면, 저처럼 '기대치 설정'에 실패하신 겁니다. 솔직히 고백하면, 저는 전작을 너무 재밌게 봐서 이번 '슈퍼 마리오 갤럭시'도 같은 감동을 기대하고 갔다가 제대로 허를 찔렸습니다. 눈은 호강했는데 마음은 텅 빈 기묘한 경험, 그 원인을 정리해봤습니다.

슈퍼마리오,루이지,요시,쿠파 등 등장 캐릭터들이 전면을 향해 포즈를 취하는 공식 포스터
슈퍼마리오 갤럭시 공식포스터


팬서비스: 기대를 세팅하는 방법이 다르다

먼저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영화의 팬서비스(fan service, 원작 팬을 위해 삽입하는 오마주나 이스터 에그 요소)는 역대급입니다. 닌텐도가 지금까지 출시한 거의 모든 캐릭터가 8비트 스프라이트(sprite, 게임 화면에서 움직이는 2D 픽셀 캐릭터 이미지) 형태로라도 화면 어딘가에 등장합니다. 패미컴 시절의 횡스크롤 감성이 영화 속 장면에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 있고, 심지어 1993년에 만들어진 실사 영화를 오마주한 장면까지 숨겨져 있습니다.

제가 직접 극장에서 봤는데, 일루미네이션 오프닝 로고가 나오는 순간부터 미니언즈들이 동키콩 코스프레를 하고 장난을 치는 걸 보고 옆 친구 팔뚝을 꽉 잡았습니다. 로젤리나 공주가 스크린에 처음 등장하는 순간에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고요. 이건 제가 마리오 게임을 오래 해온 팬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제작진이 원작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는지가 화면 곳곳에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팬서비스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다 보니, 영화가 팬들을 위한 '명장면 컴필레이션'처럼 보이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이스터 에그를 찾는 즐거움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이스터 에그를 집어넣기 위해 장면 자체를 억지로 짜 맞춘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영화의 몰입이 뚝 끊깁니다. 마리오 게임을 잘 모르는 친구와 함께 갔더니, 중반부부터 폰을 만지작거리더라고요. 팬들에게는 종합 선물 세트지만, 일반 관객에게는 정신없는 영상 모음집이 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가셔야 합니다.

스토리: 감정 이입이 안 된다면 이 구조 때문입니다

전작인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영화가 영리했던 이유는 단순함에 있었습니다. 세상의 편견에 맞서 서로를 의지하는 두 형제의 이야기가 중심을 잡아줬기 때문에, 불을 뿜는 거북이와 싸우는 황당한 상황에서도 관객이 자연스럽게 감정 이입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슈퍼 마리오 갤럭시'는 그 단단한 서사의 뼈대가 쏙 빠져 있습니다.

영화 속 서브플롯(subplot, 메인 이야기와 함께 진행되는 보조 스토리 라인)이 한꺼번에 네 개나 돌아갑니다. 쿠파주니어의 아버지 구출 서사, 마리오와 루이지의 쿠파와의 악연 청산, 피치 공주의 과거 탐구, 그리고 쿠파의 아버지로서의 자기 반성까지입니다. 이 중 어느 한 가지에만 집중했더라면 충분히 감동적인 이야기가 됐을 겁니다.

실제로 제가 영화를 보면서 감정 이입이 끊긴 지점이 정확히 이 부분이었습니다. 마리오와 피치 공주 사이에 피어나는 듯하던 풋풋한 로맨스가 잠깐 등장하다가 흐지부지 사라지는 장면에서는 솔직히 황당하기도 했습니다. 영화 속 키노피오가 새로 합류한 요시를 보며 "어디서 공룡이 갑자기 튀어나와서 우리 팀이 된 거야?"라고 투덜대는데, 그 한 줄이 이 영화 스토리의 구조적 문제를 가장 정확하게 짚어낸 셈입니다.

이 문제를 미리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꽤 큰 차이가 있습니다. 처음부터 탄탄한 서사를 기대하고 가면 실망이 크지만, '각자의 사연을 가진 캐릭터들이 뒤섞이는 볼거리 중심의 어드벤처'로 기대치를 낮추고 가면 훨씬 편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기대치 설정이 이 영화의 만족도를 결정합니다.

액션: 이 부분만큼은 돈 값을 합니다

스토리가 아쉬운 만큼, 액션 연출은 그 아쉬움을 상당 부분 커버해줍니다. 일루미네이션은 '슈퍼배드' 시리즈에서부터 역동적이고 기발한 액션 시퀀스(action sequence, 영화 속 액션이 이어지는 연속 장면)를 만드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왔는데, 그 실력이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됩니다.

제가 직접 보고 가장 놀랐던 장면은 피치 공주와 키노피오가 카지노에서 적들을 상대하는 시퀀스였습니다. 아동용 애니메이션이라는 걸 잠깐 잊게 만들 만큼 카메라 워크와 움직임이 정교하고 화려했습니다. 마리오와 쿠파주니어의 3대 1 대결도 무협 영화 수준의 합을 보여주는데, 속으로 '평범한 배관공이 언제 저런 무술 고수가 됐지?' 싶어서 살짝 웃음이 나기도 했습니다.

브라이언 타일러가 편곡한 배경음악도 액션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합니다. 마리오 시리즈의 상징적인 테마곡들이 오케스트라 버전과 현대적인 비트로 변주되어 흘러나오는데, 귀가 호강한다는 표현이 딱 맞습니다. 전주만 들어도 어릴 때 게임하던 기억이 바로 떠오를 정도입니다. 시각과 청각 두 가지 모두를 꽉 채워주는 경험은 이 영화가 분명히 잘 해낸 부분입니다.

다만, 이런 화려한 액션과 음악이 오히려 이야기의 빈자리를 더 도드라지게 만드는 역설이 있습니다. 장면 하나하나는 훌륭한데, 그 장면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는 느낌이 약합니다. 액션을 즐기면서도 왠지 모를 단절감이 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관람 전 이것만 알고 가세요

'슈퍼 마리오 갤럭시' 영화를 더 잘 즐기기 위해 제가 정리한 관람 전 체크 포인트입니다.

  1. 마리오 게임 원작 팬이라면 이스터 에그 탐색 모드로 가세요. 화면 구석구석에 숨겨진 오마주를 찾는 것 자체가 큰 즐거움입니다.
  2. 전작 같은 형제 서사와 감동을 기대하고 가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사보다 스펙터클(spectacle, 시각적으로 압도적인 볼거리)을 즐기는 영화라고 이해하면 편합니다.
  3. 게임을 잘 모르는 동행자와 함께라면 사전에 마리오 시리즈의 주요 캐릭터를 간단히 소개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스크린 속 카메오들이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4. 액션 씬을 제대로 즐기려면 가능하면 큰 스크린으로 보시길 권합니다. 피치 공주의 카지노 전투 시퀀스는 화면이 클수록 체감이 다릅니다.

닌텐도 IP(지식재산권, Intellectual Property)를 원작으로 한 영화의 역사와 흥행 데이터가 궁금하신 분들은 Box Office Mojo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또한 브라이언 타일러의 음악 작업 이력은 IMDb 공식 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정리하면, 슈퍼 마리오 갤럭시 영화는 스케일은 우주만큼 커졌지만 감정의 중심을 잡아줄 서사가 빠진 영화입니다. 저는 10점 만점에 6점, 딱 '무난한 팝콘 무비'로 기억할 것 같습니다. 마리오 팬이라면 이스터 에그 사냥의 기쁨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기대치를 먼저 낮추고 가시는 것이 이 영화를 가장 현명하게 즐기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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